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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변잡기

현재 2006/03/13 17:07 by 대땅이
빨빤님의 "이글루스 합병에 대한 네가지 진실"이라는 포스트를 읽다가, '신변잡기'라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사무실에서 접속가능한 국어사전 사이트가 없어서 '신변잡기'라는 어휘의 정의는 제시할 수 없지만, 대체로 "사소한 자신의 일상" 정도로 대변되는 약간 현학적인 어휘가 아닐까 싶어요. 제가 블로그를 시작했던 것도 이 '신변잡기'라는 어휘와 관련이 있기 때문에, 퇴근이 임박하여 여유가 없음에도 부득불 포스팅을 하려 들고 있습니다.

싸이월드에서 미니홈피를 상당 기간 사용하면서(그리고 지금까지도 사용하고 있습니다.) 수백개의 글을 올렸습니다. 그렇지만 입대를 앞두었던 2004년 10월경 우연히 태터툴즈라는 것이 존재함을 알게 되었고, 웹에는 제가 모르는 더욱 방대한 세계가 있음을 깨닫게 되었어요. '블로그'를 그저 많고 많은 인터넷 용어 중 하나로만 인식하던 시기에서 벗어나, 웹상에 자신을 표현하는 또 하나의 도구로서 받아들이게 된 사건도 동시에 일어났습니다.

그렇지만 미니홈피와 블로그에는 큰 차이가 있었어요. 일단 주변에 블로그를 운용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시피했고, 그리고 여기서 '신변잡기'라는 어휘가 등장합니다. 미니홈피는 대개 자신의 사소한 일상에 관한 글이 다수를 이루고, 그 사소한 일상을 함께 살아가고 공감하는 실제 주변 인물들의 반응을 받으며 유지되지만, 당시의 블로그는 어떤 논리적으로 완결되거나 특정한 정보를 담거나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한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글이 많았고, 의도적으로 불특정 다수가 글을 보게 하여 그 불특정 다수의 반응을 받으며 유지되는 구조였습니다.

블로그를 시작하게 된 동기는, 저런 복잡한 내용을 가진 완결된 글을 쓰고자 하는 그런 거창함이 아니었어요. 단지 뭐랄까, 블로그라는 것도 한번 해보고 싶다는 호기심일 뿐이었지요. 하지만 일단 블로그를 갖고 나니, 정말 저런 복잡한 내용을 가진 완결된 글을 써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자연스럽게 생기더군요. 이미 조성된 '블로그'의 분위기에 편승해야 하지 않는가 하는 생각도 있었고, 블로그에까지 신변잡기를 늘어놓아서는 블로그를 따로 만든 의미가 없지 않나 하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쓸 글은 결국 신변잡기 뿐이었어요. 그 이상의 주제에는 자신이 없었습니다.

결국 미니홈피에는 신변잡기식의 글마저도 올리게 되지 않았고, 가끔 실제 주변 사람들에게 내비치고 싶은 암시가 담긴, 정신없이 짧은 단어의 나열만 올리게 되었어요. 아무래도 미니홈피에 오는 사람과 블로그에 오는 사람의 교집합은 거의 공집합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퇴근을 해야겠네요. 7분이나 지났습니다. ^^
2006/03/13 17:07 2006/03/13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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