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구의 경일고등학교에서 삼성 직무적성검사(SSAT)를 보고 왔다. 금요일에 학관 서점에서 문제집이라고 나온걸 대충 훑어봤는데, 도무지 하루 공부해서 나아질 것은 아무 것도 없어보였다. 그래서 토요일 하루 종일 그냥 마음 편하게 쉬고 놀았다. 다만 일요일 아침 8시 반까지 입실하라는게 부담스러웠을 뿐 -_- 너무 새벽이잖아! 해는 뜨나?! 쿨럭
시험 감상은 둘째치고, 사람이 정말 많았다. 50개 학급에서 35명씩 봤고, 서울 지역에만 시험장이 스무 곳 가량인가.. 이번에 4만 명 정도가 지원했다고 어디서 들었는데, 확실히 정말 엄청 많기는 했다. 시험 필수 준비물에 신분증과 컴퓨터용 싸인펜 및 신종플루 마스크가 포함되어 있어서, 왠지 이런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 어제 약국에서 사다 놓고 잘 챙겨 갔지만.. 진행요원 감독관 포함하여 아무도 착용하고 있지 않았다. 다만 교문에서부터 손 세정제가 있었고, 건물 입구에는 마치 공항 입국장처럼 의료진 앉아 있고 열 카메라로 찍고 있고.. 대단히 본격적이다.
8시 30분에 입실해서 13시에 나왔다. 파트 1에 어휘, 수리, 추리, 일반상식을, 20분 쉬고 파트 2에 직무판단, 직무적성을 보았는데, 사실 뭐 아무런 준비도 안 했으니 문제 유형이라든지 아는게 있나.. 어휘 30문제를 20분에 풀라는데, 초반엔 GRE 하듯이 단어 유의어나 반의어 관계 물어보길래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풀다가, 중반부터 갑자기 긴 지문에 네 문제씩 끼어 있는 난감한 것들이 나와서;; 지문을 거의 속독 수준으로 읽어야 했다. 수리 파트는 따로 연습장을 쓸 수도 없고 문제지에 적어서도 안 된다 하니 처음엔 암산을 하다가, 나중엔 도저히 안 되겠어서 컴퓨터용 싸인펜으로 책상에다가 풀었다;;;; 그래도 쉬는 시간에 휴지에 물 적셔서 다 닦고 나왔다.
추리는 뭐랄까 시간만 많으면 재미나게 잡고 앉아 풀 만한 문제들인데, 뭐 A부터 F까지 여섯 사람이 3월부터 8월까지 출장을 가는데 다음 조건에 따른다.. 아니면 알파벳 나열을 다섯 개쯤 주고 마지막에 올 알파벳은 뭐겠냐.. 그런 식의 문제들이었다. 근데 머리로 이걸 어떻게 해 -_- 점점 글씨로 빼곡해지는 책상 ㅋㅋ 그래도 다행히 수리나 추리나 별로 시간이 모자라지는 않았다. 일반상식 부문은 정말 온갖 것들을 다 물어봤는데, 경제 국사 세계사 시사상식도 있었고, 물리 화학 천문 뭐 그런 것들도 있었다. 그냥 아는건 아는대로 모르는건 대충 감으로 찍어서.. 모르겠다 싶은 것도 있었지만 암튼 다 풀어 넣었다.
가장 난해했던건 직무판단.... 가령 뭐 임원이 2시에 회의를 소집했는데 당신은 그 시각에 직속상사의 회의를 가야 하고 지금 직속상사는 연락이 안되는 상태다 어쩔거냐.. 중요한 고객을 만나러 지방에 내려왔는데 고객이 3일 뒤에나 돌아온다 하고 당신이 직속상사에게 허가받은 출장 기간은 이틀 뿐이며 직속상사는 연락이 안되는 상태다 어쩔거냐.. 이런 회사 생활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 보기 중에서 가장 바람직/가장 안 바람직한걸 고르는 문제들이었다. 그런데, 회사에서 원하는 행동 양식이란 것이 있을텐데 사회 생활을 안 겪어봤으니 그런걸 알 리가 있나.. 그냥 나 하고싶은대로 줄줄이 찍었다. ㅋㅋㅋㅋㅋ 직무적성은 그냥 심리테스트 같은거.. 중복질문이 꽤 있었지만 뭐 이건 정말 내 성향대로 하면 되는거니까.. 굳이 회사에서 원할법한 답으로 고르진 않고 최대한 나답게 골랐다.
다 끝나고 주린 배를 움켜쥐고.. 같이 시험 본 하늘이는 급한 일로 얼굴도 못 보고 먼저 떠나고, 어제도 못 만난 문자 하나 없었던 여자친구님은 오늘도 과제로 못 만날 듯.. 그냥 집에 와서 밥 먹고 한참을 잤다. 그저 잠으로 점철된 일요일..
아빠가 선뜻 집에서 녹두까지 데려다 주셔서, 오면서 많이 얘기했다. 그런데 아빠가 '입사하면'의 전제를 달고 얘기하셔서 상당히 놀랐었다. 나는 지금 이걸 다 설렁설렁 진짜 '경험삼아' 진행하고 있는건데, 오늘 아빠 말씀은 그게 아니었다. 일단 입사를 하고 나서, 유학을 가겠다고 하면 내가 인재라고 생각되면 휴직 조건이라도 내걸어서 다녀 오라고 할거라 하셨다. 퇴사 해야된다고 하면 쿨하게 퇴사 하면 되는거고 뭐 어차피 11월 입사해서 한 6월까지 봉급은 1500만원 정도는 받을테니까;; 그러니까 아빠는 '경험삼아 다녀 보라는' 그런 취지이셨던 것 같기도 하고 모르겠다.
아무튼, 만약 정말 합격을 목표로 하는 것이라면, 사실 내가 쓴 자기소개서는 굉장히 부실하다는게 밝혀졌다. 아무래도 아빠가 면접위원도 하셨다고 하니.. 이것저것 썼는지 물어보셨는데 난 그런건 전혀 안 썼다는.. 카투사? 우등졸업? 밴드경험? 방학 동안 실험실 인턴? 아빠가 어디서 일하시는지? 나 아무 것도 쓰지 않았어... 아빠는 그걸 많이 아쉬워하셨고.. 뭐 만약 SSAT를 통과해서 면접을 보러 가게 되면 어떻게든 어필을 하라고 하셨다. 어쨌거나, 어차피 유학을 마치고 와서도 직업을 구하게 될 것이고, 지금 막 졸업해서 취업 기회가 주어졌을 때 하나의 선택지로 쓸 수 있다면 좋은 것이고, 퇴사를 하게 되더라도 경력 한 줄 추가하는 효과가 있지 않겠는가.. 취직 여부와는 관계 없이 유학 준비는 당연히 하는 것이고, 취직이 안되면 그대로 고민 없이 유학을, 되면 상사와 의논해서 휴직 혹은 퇴사한 후 유학을 가라고 하시는 것이다.
시험 감상은 둘째치고, 사람이 정말 많았다. 50개 학급에서 35명씩 봤고, 서울 지역에만 시험장이 스무 곳 가량인가.. 이번에 4만 명 정도가 지원했다고 어디서 들었는데, 확실히 정말 엄청 많기는 했다. 시험 필수 준비물에 신분증과 컴퓨터용 싸인펜 및 신종플루 마스크가 포함되어 있어서, 왠지 이런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 어제 약국에서 사다 놓고 잘 챙겨 갔지만.. 진행요원 감독관 포함하여 아무도 착용하고 있지 않았다. 다만 교문에서부터 손 세정제가 있었고, 건물 입구에는 마치 공항 입국장처럼 의료진 앉아 있고 열 카메라로 찍고 있고.. 대단히 본격적이다.
8시 30분에 입실해서 13시에 나왔다. 파트 1에 어휘, 수리, 추리, 일반상식을, 20분 쉬고 파트 2에 직무판단, 직무적성을 보았는데, 사실 뭐 아무런 준비도 안 했으니 문제 유형이라든지 아는게 있나.. 어휘 30문제를 20분에 풀라는데, 초반엔 GRE 하듯이 단어 유의어나 반의어 관계 물어보길래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풀다가, 중반부터 갑자기 긴 지문에 네 문제씩 끼어 있는 난감한 것들이 나와서;; 지문을 거의 속독 수준으로 읽어야 했다. 수리 파트는 따로 연습장을 쓸 수도 없고 문제지에 적어서도 안 된다 하니 처음엔 암산을 하다가, 나중엔 도저히 안 되겠어서 컴퓨터용 싸인펜으로 책상에다가 풀었다;;;; 그래도 쉬는 시간에 휴지에 물 적셔서 다 닦고 나왔다.
추리는 뭐랄까 시간만 많으면 재미나게 잡고 앉아 풀 만한 문제들인데, 뭐 A부터 F까지 여섯 사람이 3월부터 8월까지 출장을 가는데 다음 조건에 따른다.. 아니면 알파벳 나열을 다섯 개쯤 주고 마지막에 올 알파벳은 뭐겠냐.. 그런 식의 문제들이었다. 근데 머리로 이걸 어떻게 해 -_- 점점 글씨로 빼곡해지는 책상 ㅋㅋ 그래도 다행히 수리나 추리나 별로 시간이 모자라지는 않았다. 일반상식 부문은 정말 온갖 것들을 다 물어봤는데, 경제 국사 세계사 시사상식도 있었고, 물리 화학 천문 뭐 그런 것들도 있었다. 그냥 아는건 아는대로 모르는건 대충 감으로 찍어서.. 모르겠다 싶은 것도 있었지만 암튼 다 풀어 넣었다.
가장 난해했던건 직무판단.... 가령 뭐 임원이 2시에 회의를 소집했는데 당신은 그 시각에 직속상사의 회의를 가야 하고 지금 직속상사는 연락이 안되는 상태다 어쩔거냐.. 중요한 고객을 만나러 지방에 내려왔는데 고객이 3일 뒤에나 돌아온다 하고 당신이 직속상사에게 허가받은 출장 기간은 이틀 뿐이며 직속상사는 연락이 안되는 상태다 어쩔거냐.. 이런 회사 생활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 보기 중에서 가장 바람직/가장 안 바람직한걸 고르는 문제들이었다. 그런데, 회사에서 원하는 행동 양식이란 것이 있을텐데 사회 생활을 안 겪어봤으니 그런걸 알 리가 있나.. 그냥 나 하고싶은대로 줄줄이 찍었다. ㅋㅋㅋㅋㅋ 직무적성은 그냥 심리테스트 같은거.. 중복질문이 꽤 있었지만 뭐 이건 정말 내 성향대로 하면 되는거니까.. 굳이 회사에서 원할법한 답으로 고르진 않고 최대한 나답게 골랐다.
다 끝나고 주린 배를 움켜쥐고.. 같이 시험 본 하늘이는 급한 일로 얼굴도 못 보고 먼저 떠나고, 어제도 못 만난 문자 하나 없었던 여자친구님은 오늘도 과제로 못 만날 듯.. 그냥 집에 와서 밥 먹고 한참을 잤다. 그저 잠으로 점철된 일요일..
아빠가 선뜻 집에서 녹두까지 데려다 주셔서, 오면서 많이 얘기했다. 그런데 아빠가 '입사하면'의 전제를 달고 얘기하셔서 상당히 놀랐었다. 나는 지금 이걸 다 설렁설렁 진짜 '경험삼아' 진행하고 있는건데, 오늘 아빠 말씀은 그게 아니었다. 일단 입사를 하고 나서, 유학을 가겠다고 하면 내가 인재라고 생각되면 휴직 조건이라도 내걸어서 다녀 오라고 할거라 하셨다. 퇴사 해야된다고 하면 쿨하게 퇴사 하면 되는거고 뭐 어차피 11월 입사해서 한 6월까지 봉급은 1500만원 정도는 받을테니까;; 그러니까 아빠는 '경험삼아 다녀 보라는' 그런 취지이셨던 것 같기도 하고 모르겠다.
아무튼, 만약 정말 합격을 목표로 하는 것이라면, 사실 내가 쓴 자기소개서는 굉장히 부실하다는게 밝혀졌다. 아무래도 아빠가 면접위원도 하셨다고 하니.. 이것저것 썼는지 물어보셨는데 난 그런건 전혀 안 썼다는.. 카투사? 우등졸업? 밴드경험? 방학 동안 실험실 인턴? 아빠가 어디서 일하시는지? 나 아무 것도 쓰지 않았어... 아빠는 그걸 많이 아쉬워하셨고.. 뭐 만약 SSAT를 통과해서 면접을 보러 가게 되면 어떻게든 어필을 하라고 하셨다. 어쨌거나, 어차피 유학을 마치고 와서도 직업을 구하게 될 것이고, 지금 막 졸업해서 취업 기회가 주어졌을 때 하나의 선택지로 쓸 수 있다면 좋은 것이고, 퇴사를 하게 되더라도 경력 한 줄 추가하는 효과가 있지 않겠는가.. 취직 여부와는 관계 없이 유학 준비는 당연히 하는 것이고, 취직이 안되면 그대로 고민 없이 유학을, 되면 상사와 의논해서 휴직 혹은 퇴사한 후 유학을 가라고 하시는 것이다.


zephyrs 2009/09/21 04:22 수정/삭제 답변
어제도 못 만난 문자 하나 없었던 여자친구님은 오늘도 과제로 못 만날 듯..// 이부분이 가장 감동적이다. 잠깐 나 좀 울자.
대땅이 2009/09/21 11:27 수정/삭제
덕분에 주말 내내 거의 잤다네-
그러고도 졸립네 졸린 월요일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