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웜홀 원정 종료

현재 2009/05/14 16:40 by 대땅이
 약 한 달 간 지속되었던 웜홀 원정이 종료되었다. 좋고 화려한 모습으로 끝난 것은 아니지만.. 우리처럼 unknown space 안에 POS를 설치하여 지속적으로 상주하는 콥들을 전문적으로 털고 다니는 해적 집단에게 걸려서 개박살이 나고 말았다. ㅋㅋ

1. 최초 발견

 11일 밤, 우리 성계에 웜홀 세 개가 열렸다. 하나는 아우터 지역으로 나가는 것, 다른 두 개는 서로 다른 unknown으로 연결되는 것들이었는데, 운이 좋았는지 값비싼 가스 구름이 각각의 unknown 성계에서 발견되었다. 원래는 이 날 간단한 전투 사이트를 공략해 볼 계획이었지만, 비싼 가스라는 말에 모두들 가스 하베스터를 주렁주렁 들고 달려와 거의 3시간 가까이 가스 채취만 하였다. 사실 최근에 가스 가격이 심각하게 떨어지는 추세라 그렇게 채취한 가스라 해도 1 B 이 약간 못 되는 수준이었다. 초창기엔 3 B 정도로 넘길 수 있는 양이지만, 그래도 그게 어디야..

 창고에 가득가득 재물을 쌓아둔 채 다들 자러 가고, 나도 일단 자고 일어나 12일 오전에 접속을 했다. 오전이라 아무도 없는 상태였고, 여느 때와 다름 없이 성계를 한번 스캔을 한 다음에 창고를 열려고 했는데.. 이상하게 열리지를 않는 것이다. 자세히 살펴보니 POS가 reinforced mode로 들어가 있었다. 응? 난 처음 겪는 상황이라 얼이 빠졌다..

 POS도 함선처럼 실드-아머-스트럭쳐의 hit point를 가지고 있는데, 공격을 받아서 실드가 전부 까이면 그 순간부터 일정 시간 동안 reinforced mode에 돌입하게 된다. 그 동안은 공격을 받지 않고, 수리도 할 수 없으며, POS 내부에 설치된 모든 모듈(창고, 함선 건조소, 탄약 제작소 등등)이 작동을 멈추게 된다..고 알고 있었는데, 왜 우리 POS가 reinforced 된걸까? 급히 게시판에 글을 올렸고, 다들 무슨 일인지 의아해 하는 분위기였다. 연료가 부족하면 그냥 offline이 될 뿐, reinforced가 되려면 공격을 받아야 한다는 것인데..

 그래서 POS 관리 권한이 있으신 분이 급히 직장에서 잠시 접속을 하셨는데, 오전 5시부터 9시까지 4시간 동안 POS가 공격을 당했다는 메일이 와 있다고 하셨다. 급황당.. 메일에 적혀 있는 공격자는 4명이었는데, 그래서 우리는 탐사를 하며 몰려다니던 동네 아이들이 괜히 POS가 있으니까 치고 간 것이 아닌가 하고 일단 결론을 내렸다. 물론 POS라는 것이 단 4명이서 4시간만에 reinforce 시킬 수는 없기는 하지만-_-

 엠파이어 지역에 있는 사람들에게 locator 서비스(캐릭터의 현재 위치를 알려주는 npc가 있다)를 부탁한 결과, 4명 중 두 명이 우리 성계에서 로그아웃을 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재공격을 위해 reinforced mode가 풀릴 때 맞춰 로그인할 지도 모른다고 판단해서, reinforced mode가 해제되는 13일 오전 4시 50분에 수리 및 방어 작전을 펴기로 결정했다.

2. 사전 수리

 12일 밤에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날 요량으로 학교에서 조금 일찍 내려갔다. 가 보니 캐리어 파일럿 분들이 POS 외부에 설치된 터렛을 수리하고 계셨다. 오전엔 몰랐는데, 터렛도 전부 박살이 나 있었고 -_-;; 나도 배틀쉽을 끌고 수리를 도우려 했지만 터렛의 아머가 70만 가량이어서 도저히 내가 수리할 분량이 아니었다. 그래서 그 대신 나는 엠파이어 지역에서 지원 및 물자수송을 위해 대기하는 사람들을 위해 엠파이어로 연결되는 웜홀을 찾아 나서기로 했다.

 약 두 시간 가량을 꼬박 성계 스캔에 쏟아붓자, 놀랍게도 적절한 하이 시큐리티 지역으로 연결되는 웜홀을 두 다리 건너 성계에서 찾아낼 수 있었다. 다소 멀기는 하지만, 길이 생긴 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이다.. 시간은 이미 자정을 넘겨버렸고, 일찍 일어나 방어 작전을 마치고 아침 수영을 가려던 계획이 점점 희미해지는 것이 느껴져 왔다. 거기서 바로 잤으면 모르겠지만, 오고 가는 사람들의 안내 역할을 도맡아 하면서, 시간은 어느새 2시.. 그동안 캐리어 파일럿 분은 터렛의 수리를 마무리 지었고, 미리 어드레스북에 등록해 두었던 POS 공격자들도 하나 둘 접속하기 시작했다. (어드레스북에 등록하더라도 상대방에게 통지되지 않는다)

 완전히 밤을 새고 작전을 하고 수영을 가면 아무래도 빡센 하루가 될 것 같아서, 일단 나도 눈을 붙이기로 하고 4시 40분 알람을 한 채 잠이 들었다.

3. 결전 (모든 스크린샷은 on flickr, 원래 크기로 볼 수 있음)

 알람에 칼같이 일어나 얼른 모니터를 켜보니..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대충 이런 광경.. 아직 reinforced 상태

열심히 수리해둔 터렛을 또 때리고 있다..

 알고 보니 POS를 때리고 갔던게 달랑 넷이 아니었던 것이다. 거의 22명..? 우리 성계에서 로그아웃했던 적들이 내가 자는 사이에 속속 로그인해서 모이고, 엠파이어 측에서 지원을 오던 분들이 말려들어 이미 사망하신 후였다. 캐리어 두 대 중 한 대도 이미 고철더미가 되어 둥둥 떠다니고 있었고.. POS의 터렛은 일반적으로 타겟을 제멋대로 바꾸면서 난사하지만, 컨트롤을 해서 일점사를 하게 되면 무서운 무기가 된다. 이 터렛 컨트롤을 하실 수 있는 분이 마침 터렛을 붙잡고 있었지만, 워낙 많은 수가 서로 짱짱하게 리모트 리페어를 해주는 터라 손을 쓸 수가 없었다. 게다가 적들이 워프 방해 장치를 우선적으로 부숴버려서, 조금 힐링이 모자라다 싶으면 살짝 도망가버렸다가 다시 들어오는 등 전혀 피해를 줄 수가 없었다.

POS에서 때리고 있는 적 외에도 더 많은 수가 디렉셔널 스캐너에 잡히고 있다.

POS의 force field 안에서는 타겟팅 당하지 않지만, 밖을 타겟팅할 수도 없다

멀뚱히 지켜만 볼 수밖에 없는데, 때마침 적의 증원이 오고....

 그 때 쯤 엠파이어 지역으로부터 아군 세 명 정도가 작은 힘이나마 보태기 위해 달려오고 있어서, 타이밍을 맞추어 웜홀 입구로 워프하여 그 쪽에서 입구를 지키고 있는 적 두셋 정도라도 잡기로 했다. 그런데 서로 타이밍이 맞지 않은 사이에, 적들의 정보교환이 더욱 신속하게 이루어져서.. 터렛을 붙잡고 있던 적들이 일시에 입구 쪽으로 먼저 가 버렸다. POS 안에서도 5~10초 정도 뒤늦게 입구로 갔지만, 그 사이에 이미 아군 둘이 심각한 피해를 입은 상태..

웜홀 앞에서 사투, 그러나 인원수의 차이가 너무 심하게 많은데다가, 전자전 공격까지..

하나 둘 일점사 타겟이 되어 우주의 먼지로 사라지다가, 내 차례가 왔다

적들이 미리 입구 앞에 쳐둔 워프 방해 구조물 때문에, 결국 빠져나가지 못하고 사망했다
킬보드 링크

dotlan 서비스를 통해 본, 그 시간대의 함선 파괴와 사망 수

 참으로 안타깝다. 내가 엠파이어 지역으로 클론 전송된 후에도 상황은 계속 전개됐고, 결국 남아 있는 사람들은 모든 함선을 최대한 자폭시키기로 결정했다. 그렇지 않으면 적의 배만 불리게 될테니.. 그 때부터 처절한 자폭 작전이 시작됐고, 캐리어마저 직접 자폭시킬 수밖에 없었다. 나중에 들은 소식에 의하면, POS까지 완전히 파괴된 직후 로그인한 분이 가까스로 우리 창고를 직접 공격해 폭파시킴으로써 적에게 넘어간 재화는 제로가 되었다고 한다.

4. 종료

 어느 분의 말씀에 따르면, 지금껏 이브를 하면서 가장 재밌게 놀았던 한 달이라 하신다. 나도 참 열심히, 그리고 재미나게 놀았고, 후회는 없다. 마지막에 우주의 먼지가 되어버린 그 창고 속 많은 것들이 다소 아깝긴 하지만.. 이제 저녀석들 수법도 똑똑히 봐 두었고, 엠파이어 지역에서 잠시 휴식하며 기력을 회복해 다시 원정을 나갈 날만을 기다려 본다.
2009/05/14 16:40 2009/05/14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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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EVE] 웜홀생활 - 2부

    : 시하야, 그 목마름의 환상 2009/05/14 18:06 삭제하기

    근데 수상한 분위기는 며칠전부터 시작되었다. 가끔씩 우리쪽 사람이 아닌 다른 배들이 스캔에 잡히기 시작한 것이다.저번에 옆집 일본애들이 쳐들어오는 바람에 우리쪽 배가 한 번 터진 적은

  1. CBM 2009/05/15 07:43 수정/삭제 답변

    어휴 애썼다... ;ㅅ;

    1. 대땅이 2009/05/15 18:54 수정/삭제

      야아 잘놀았다! ㅋㅋㅋ

  2. Y 2009/05/15 21:59 수정/삭제 답변

    이제 수영은 째지 말거라..ㅋㅋㅋ

    1. 대땅이 2009/05/15 22:04 수정/삭제

      그래야지.. 에구 이미 1, 13, 15일 빠져서 벌써 많이 비싼 수영이 됐다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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